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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소풍가기가 어렵다? (feat.한국 민속촌 소풍 후기)

결혼생활/HoneyJam

by 프로유부남호랑 2017. 4. 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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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소풍 가는 것이 어렵다면....

그건 부모가 분명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꿀, 잼과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한국 민속촌에 놀러 가는 것.


하지만, 용기를 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뭐 어려운 일이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부모는 이런저런 핑계와 함께 어려워하지 않을까?


6살의 꿀과 4살(이라 쓰고 30개월) 잼을 모시고,

와이프 없이 홀로 한 시간가량의 이동과

민속촌에서 점심 먹이기, 구경하기 등등의 미션 들을 해결하기에는

왠지 모르게 겁부터 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7년 2월 28일.

때마침, 날씨는 비교적 따뜻했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왠지 지르지 않으면 계속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태연하게 민속촌으로 출발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들을 씻기고,

옷장에 숨겨져 있는 한복을 꺼내고, (내 것까지;;;)

왠지 모를 긴장감과 함께 민속촌으로 떠났다.


1시간이 가까운 이동 시간


운전을 하는 동안, 뒷좌석 카시트에 묶여

얌전히 앉아 있기란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도 이동 시간을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에겐 어떨까…


심지어, 떼를 쓰고 울기라도 시작하면….


그래서 애초에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을 위해 준비한 것은 애들 간식.

보통은 잘 먹이지 않은 극도의 달콤함을 자랑하는 음료와 초콜릿으로,

아이들의 허기와 짜증을 달랠 수 있도록 세팅해놓고,

불안한 조짐이 생기기 직전(!)에 어미 새의 기분으로 아이들에게 전달


다행히 평일이라 차는 생각보다 막히지 않았고,

비교적 수월하게 한국 민속촌에 도착



놀 공간을 선택한 것은 아빠지만,

노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너희란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아이들과 여행 또는 소풍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부모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가면…

"여기까지 왔는데, XXX는 보고 와야지

이렇게 좋은 풍경인데 사진은 찍어야지

거기 말고, 여기 가자니까..

공연 시간 늦겠다 빨리 걸어!

아니아니 거기 말고 이리 와야지.

이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 왜 안 먹니..

그건 안돼! 이건 싫어?"


아이들이 원하는 것보다는, 부모가 보여주고 싶은 것,

부모가 시켜주고 싶은 경험. 그리고 부모가 주고 싶은 것을.

여러 기회비용을 날리기 아쉬운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강요하다 보니,

아이들과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애초에 모든 욕심과 희망을 버리고…


민속촌이라는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고자 마음먹고,

아이들이 가는 방향 대로, 아이들이 먹고 싶은 대로,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나는 따라갔다.


도착하자마자 솜사탕이 먹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바로 솜사탕을 먹이고,

민속촌에 상주하는 다양한 알바생들을 뒤로 한채, 흙 놀이와 뜀박질에 집중하고,

무서운 줄타기 공연은 패스. 씐나는 마상무예는 OK




장터에서 하는 식사 메뉴는 아이들이 결정하고, 먹는 자리 또한 아이들의 결정에 따르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갔던 곳만 계속하고, 새로운 곳은 가지 않는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단 한 번도 짜증 내지 않고, 즐겁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 겁나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 가는 것은 여전히 큰 용기와 다짐이 필요하다.. ㅎㅎ)


오늘은 특별한 날, 원하는 것 다 골라!


퇴근 시간을 피하고자 4시경에 민속촌을 떠나면서,

그토록 사고 싶어 하던 풍선 장난감을 손에 쥐여주고는,

또 한 번의 이동을 위해 편의점으로 이동.


언젠가, “가장 원하는 것 하나만 골라야 해!”의 단점에 대해 확인 후,

(제한된 상황으로 인해, 익숙한 결정을 강요받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제한될 수 있다.)

아주 가끔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원하는 것 다 골라!” 놀이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날은 특별한 날이기에, 너무도 당연히 “원하는 것 다 담기 놀이"를 진행했다.


그로 인해 집으로 복귀하는 시간도 비교적 수월하게 패스.

게다가 피곤하게 뛰어놀았기 때문에, 차에서는 달콤한 낮잠도 자고..





아이들에게 경험을 주고 싶다면,

그 경험의 주체를 부모가 아닌

아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


누군가는 효율적인 경험 제공을 위해, 경험의 기획과 구성을

'부모가 세팅하는 것이 옳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것 조차도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봄 직할 것 같다.

물론 안 좋은 경험과 선택을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선택과 결정에 대해서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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